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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안 되지만.

‘혼자는 못 살 것 같다, 나 정말로.’
어제 은주, 지연과 술을 마시면서 은주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근 1년간 일본을 다녀 온 은주는 우리나라가 아닌 나라에서 지내다 보면, 그래서 조금 처절하다 싶을 만큼 혼자를 경험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시선과 나를 대하는 가치관이 많이 변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내 외로움은 그저 ‘처절할 정도의 혼자를 경험한 적 없는 이의 배부른 소리’는 아닐까 하고.

어머니가 공사판에서 일하셨던 나 유치원 시절부터 사실 지금까지도. 텅 빈 집에 혼자 들어 오는 일은 익숙하다. 공유기, 냉장고 따위의 늘 켜 놓는 전자제품들의 LED 라이트가 속삭이듯 깜빡이고, 창문 너머로 꺼지지 않는 공단의 불빛만이 새어 들어오는 빈 집. 깜깜한 복도를 터덜터덜 걸어가 쇼파에 털썩- 하고 앉으면 참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럴 때마다 몸서리치게 나라는 존재를 자각한다. 혼자, 혼자라고. 부모님, 친구, 친척, 지인, 애인이 있더라도 아마 영원히 나를 둘러 싼 이 외로움들을 벗기지 못 할 것이라고.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혼자는 못 살 것 같다, 나 정말로.’

정서적 자립. 홀로 서기. 그런데 그거, 나 아직 잘 모르겠다.
외롭다고 느끼지 않으면 홀로 선 것일까. 혼자도 상관 없다- 라고 느끼면 홀로 선 것일까. 인간 관계 모두가 부질 없다 느끼면 홀로 선 것일까.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지속 될 수 있어야 정말 나 홀로 섰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 갖지 않고, 그냥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사람들 귀찮으면 또 그냥 그런 대로.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조금의 차가운 표정 하나, 지워진 댓글 하나, 대답 없는 네이트온 대화 한 줄, 이런 것들 하나 하나에 이렇게 덜컥 내려 앉아 걱정 하는 것 보면 나, 이미, 그렇게 살긴 틀려 버린 인생인지도.


ps : 나 술 다 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