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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에 대해 몇가지-

0.

‘시국’이란 말은 처음 써본다. 정말 처음이다. 원래 이런건 정치인이나 정치평론가들이나 써야 할 말 아닌가?
그런데 요즘 아고라든 블로고스피어든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자주보게 되는 단어가 ‘시국’이다.
그대로 풀면- ‘현재의 이 나라’
스물네살 놀자 대학생이 바라보는 현재의 이 나라, 시국에 대해 몇가지 적어보고 싶다.

1.

최근 내 네이트온 대화명들-

‘내가 한지민한테 청혼한거랑 뭐가 달라?’
 - 재협상은 아니다. 죽어도 아니다. 하지만 재협상에 ‘준’하는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 그래서 취한 게 겨우 그거? 그게 내가 한지민한테 청혼한 거랑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냐.

‘한지민이 TV에서 날 보고 웃어도 청혼으로 간주’
 - 죽어도 싫다는 애들 데려다놓고, 걔들이 고개 까딱이면 긍정으로 간주하면 되나. 미국은 끄떡도 안 하는데 수입업자들이 서면으로 약속하면 그게 긍정이야? 그럼 우유 광고마다 나보고 빵끗빵끗 웃어주는 우리 지민이는 이제 내꺼 하면 되는거야?-.-

‘이제 진압도 민영화냐’
 - 수도, 전기, 금융에 이어 진압까지 민영화로 하시겠다는 스테이지. 그런데 어쩌냐. 그런 뻔한 속 다 보고는 옷깃도 안 스치곤 거리로 활발하게들 나가시더라.

‘팬티만 갈아입으면 샤워 안해도 되는거냐’
 - 정말 원하는 건 너라고 너.

2.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살면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 외울 수 있는 문장이 생각해보면 참 몇 개 안 된다.
이번에 제대로 외웠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3.

이 나라의 오도된 좌우 균형감각은 애초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던 문제지만.
이번 문제로 우리나라가 드디어 진짜 왼쪽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가짜 오른쪽에 살고 있던 할배들은 이거에 좀 놀랐나보다.

가짜 오른쪽에서 보는 가짜 왼쪽은 국군 때려잡던 빨갱이 인민군이겠지만,
진짜 오른쪽에서 보는 진짜 왼쪽은 ‘바뀌어야 할 것은 바뀌어야 한다’를 말하는 것.

가짜 오른쪽 할배들 죄다 끌어내리고나면, 이제 진짜 왼쪽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진짜 오른쪽으로 돌아서겠지.
그리고, ‘바꿀 필요 없는 것은 바꾸지 않아도 된다’ 를 말하는 날이 오겠지.
그게 ‘진짜 오른쪽’이잖아.

그럼 나는, 내 친구들은. 그 가운데에서 5도만 틀어진 방향으로 (95도) 서서,
이 ‘시국’을 다시 한번 이야기 하고 싶다.

4.

이번에 팀 프로젝트로 논문 작성을 하면서 쓴 주제가 ‘웹2.0의 시각에서 본 블로그의 미래’ 였는데,
거 참 때맞춰 이런 일이 잘도 터져준다.

블로그, 블로고스피어의 주된 힘은 뭐니뭐니 해도 Collective Intelligence-
바로 집단 지성.
소수 선각자들의 지혜보다, 다수 대중이 토론하고 반박하고 거짓 유포하고 진실 추적하고 치고 받으며 얻어낸 지혜가 더 우월하다는 얘기.

아고라든 블로고스피어든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같지도 않은 글들 천지에 되도 안되는 주장이 난무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갖고 살지?’ 싶은 글들도 정말 무진장 많다.
신문 기사 읽듯 하나 두개 읽으면 바보 되는 기분이지만,
굳이 깊이 생각하려 하지 말고 찬찬히 여러 글을 보다 보면 결국 내 눈에 들어오는 글만 들어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글들이 차곡차곡 모여 하나의 생각을 이뤄낸다.

적어도 ‘편향’의 문제는 없다는 거.
조중동에 경향/한겨레를 비교해가며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된다는 거.
조,중,동 나란히 펴놓고 골라 읽는 할배들이 이해 못하는 건 어찌보면 참 당연하다.

늙은이들의 고정된 생각은 결국 오래도록 고정된 시야에서 왔다.
땅쥐의 시신경이 퇴화하고, 인간의 꼬리뼈가 퇴화되듯 그렇게.
오래도록 차단된 시야 속에 살면 눈앞에 그것을 갖다대도 보지 못한다.

‘늙지 말자’
몸은 늙어가도 마음만은, 늙지 말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생각하자.

5.

웹2.0과 블로그에 관한 글을 쓰면서 관련 서적과 글들을 참 많이 읽어봤다.
(그 글은 조만간 최종 편집해서 올릴 예정)

웹2.0 이라는게 참 재밌다.
이거 누구 하나 ‘우리 이렇게 만들어보자’ 라고 해서 만든게 아니다.
그냥 하다보니 만들어진 스테이지를 마련한 스테이지 ㅋ



결론. 블로그의 미래와 우리 삶의 변화


 


웹2.0은 현상적 개념으로 최근 몇 년 간 변화한 경영, 경제, 사회, 공학의 모든 변화된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위에서 미처 언급하지 않은 공학적 진보의 산물인 RIA나 AJAX, 혹은 Open-API 등도 얼마든지 블로그와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왜냐하면 웹2.0은 어떤 대단히 특수한 사상적 모티브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 인류가 정보화시대를 지나며 추구했던 이상적 가치를 차근차근 접목시키다보니 나온 일종의 신 조류(New Wave)가 바로 웹2.0이다.


 


하지만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보화 시대의 이상적 가치가 구현된다는 점은 우리가 블로그의 미래를 주목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모바일이나 포터블 기기들의 기술적인 진보가 거듭될수록 블로고스피어가 양적 팽창을 거듭할수록 블로그는 보다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블로그에 녹아 있는 정보화 시대의 이상적 가치 역시 우리의 삶과 보다 밀접하게 맞닿아 결국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웹2.0의 시각에서 바라본 블로그의 미래는 정보화 시대의 이상적 가치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해지느냐에 관련된 아주 중요한 열쇠인 것이다.


내가 썼던 논문의 결론부.
여기서 중요한 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의 변화를 말한 부분인데.
정말 딱 그대로다.

이 ‘시국’에서 정부는 늘 ‘소통의 문제’를 말하지만, 이 세상이 어느새 ‘소통하는 방법’ 자체의 뉴웨이브를 지나고 있다는 거다.
대통령은 늘 소통의 문제를 말하면서, 협상은 그닥 나쁘지 않았는데 홍보를 조낸 못했네 스테이지로 몰고 가려하지만.
틀렸다.
소통의 방법부터 틀리니 제대로 된 대화가 될리 없는 거다.

쥐주둥이에 매일 달고다니는 ‘국민들의 우려’를, 조중동의 수사적 표현으로 이해해 쓰지 말고,
‘국민들의 우려’가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의 우려’를 소통하려 했다면.
저 따위 웃기지도 않는 대안을 대안이랍시고 내보이진 않았겠지 싶다.

계속 그렇게 귓구녕에 공구리 치고 ‘소통, 소통’ 말만 하지 말라고.

6.

조중동 압박 플레이, 는.
요즘 벌어지는 일들 중 가장 통쾌한 스테이지.

쥐박이 5년 대통령질 하는 거 볼래, 조중동을 이 땅에 남겨 둘래 하면.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쥐박이가 참 고맙기도 해.

7.

주유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내 상식선에 자리하던 기름값보다 거의 두배는 뛰었고, 더 웃긴건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다는거.
(다행히 나는 기름 덜먹는 ‘휘발유 마티즈’다. 다행이라고 웃어야 하나)

아버지가 제조업(알루미늄 도금공장), 그것도 조낸 조낸 작은 중소기업체의 사장님이시니
원자재값, 약값이 무지막지하게 뛰었다는 말은 전부터 들어왔다.
곡물값 오른다고 난리 친 스테이지 정말 얼마 안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 경제가 살아나길 바라는 건 한마디로 웃기는 짬뽕에 안 웃기는 짜장면 스테이지.
선거홍보용 영상에서 쥐박이는 욕쟁이 설렁탕 아지메 손을 붙잡고,
경제 꼭 살리겠다고 큰 소리 치는데.

경제학의 기본서를 플렉스 레퍼런스보다 두려워하는 나도 안다.
개발도상국도 아닌 나라에서 설렁탕 아지메를 한방에 잘 살려줄 대안은 절대 없다는 거.

박통 시절로 회귀하고 싶은 할배들이 꽤 많다는 건 알지만, 그 시절 꿈으로 자라나는 애들 짓밟는 짓은 이제 좀 그만.

8.

이번 정부의 정책 기조는 딱 한마디로 줄이면,
‘노무현 반대로 고고씽’

잃어버린 10년 운운, 서민경제 바닥 운운, 아마추어 정부 운운, 썩은 공무원 집단 운운,
체신머리 없는 대통령 운운. 이 모든게 노무현 떄문 운운, 설거지론 운운

그런게 다들 막상 그 자리에 가니까 이건 아마추어만도 못하다.
(진중권 씨 글에서처럼, 참여정부가 아마추어 축구팀이면 얘네는 조기축구회)

결국 좁아진 시야로, 조중동이 말하는대로 앵무새처럼 조잘거리던 애들은 참여정부가 정말 쓰레기짓만 하고 다닌 줄 안 거다.
그래서 뛰어다니면서 온갖 거 다 뜯어고치고 난리 부르스를 한껏 추셨는데.
어라 이거 웬걸. 의외로 잘 해낸 게 꽤 있다.
그런데 이미 설거지 하겠다고 팔 걷어붙였고, 물은 틀었는데. 멍하니 서 있을 수 없겠지?

참여정부의 지난 5년을 나름 참 괜찮게 평가하는 1인으로서 부탁하건대,
제발 꼴값들 떨면서 30년씩 역사 잘라 먹지는 말라.

한겨레 사설이었던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가 꼭 참여정부의 반대항이 될 필요는 없다’ 라고.

9.

초등학교 교실이든, 술판이든, 시장통이든.
쌈질의 이유는 대개가 ‘자존심’ 문제다.

그 이외의 문제로는 (특히 돈 문제-) 살인, 방화, 사기, 협박 등등을 유발시키긴 하지만.
그냥 ‘쌈박질’의 경우 대부분 그 이유가 참 명료하다.
쟤가 날 무시했어, 내 인격을 깔아뭉갰어,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

애국심이란, 당신이 이 나라에 태어났기에 이 나라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고귀하고 우월하다고 믿는 당신의 신앙
- 버나드 쇼.

고귀하다고 우월하다고 믿는 이 조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건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만큼이나,
쌈박질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래서 싸우는 거다.

고귀하다고 우월하다고 믿는 이 조국의 자존심을 깔아뭉갠 정부와,
고귀하다고 우월하다고 믿는 이 조국의 국민이.

시위의 정당성이나 합법성, 이런 것에 우선해서 이 ‘싸움’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그런 감정이 없다.
이 나라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고귀하고 우월하다고 믿는 신앙 자체가 없다.

Cosmopolitan- 좋은데-
다른 나라 가서 해.

10.

강원도 횡성에서 불철주야 펜션사업에 매진하고 계신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통해 전언을 보내주셨다.

‘아들놈 괜히 인터넷 보고 바람 들어 시위 나갔다가 골빡 깨져오지 마라’

우리 아버지는 뭐 특별히 정당 지지 같은 건 없는데 요즘 투표하신 면면을 보면 대강 나와 정치성향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특히 쥐박이 대통령 된 거에는 대단히 불만이 많으시기도 했고.
아마 이번 쇠고기 문제도 쥐박이를 욕하는 쪽으로 생각을 갖고 계실 거다.
(정말 다행히도 우리 아버지는 신문을 별로 안 보신다)

아버지 걱정도 걱정이긴 한데, ‘시국’을 좀 찡하게 논하려면 좀 나가봐야겠다 싶긴 한데,
아직 서울은 너무 멀다.
인천에도 촛불 좀 들면 안되겠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