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라도 쓰자)

힘들었다.
이렇게 서두를 띄워야 할 것만 같다.

나는 언제나 내 감정에 대해 충실했다. 내 감정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고, 이게 나다. 언제나 홀로 향하는 긍정에 익숙해 있기에 내 글에서 한두번이라고 꼬집을 수조차 없이 많이 나온 말이지만. 어쨌든 이게 나다. 길지 않은 지금까지의 내 삶은. 어쨌거나 감정에 충실했다. 내 감정이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고민의 시간과 그 시간에 기울여지는 신중함이 어쨌건간에 나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야만 했고. 그 감정이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더욱 더 오랜 시간을 홀로 고민하며 내 감정을 긍정할 때까지 아파했다.

힘들었다.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의 앞에 우선하여, 나는 내가 되어야만 했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착각과 의심에 내 감정이 휩쓸리는 것. 그 감정에 휩쓸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옥죄어 쥔 듯한 아픔을 느끼는 것. 그런 것에 나는 익숙치 않다. 익숙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솔직히 말해 나는 긍정해야 할 나 자신도 몰랐다. 왜냐하면, 아직 나는 진행형이었으니까. 내 스스로를 표백할만큼 나는 내 자신을 분명히 정의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시간을 갖기로 했었다. 그리고 적어도 그 때까지는 내 진행형의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내비침으로써 오는 상황의 변화를 원치 않았다. 결국 그것은 어쨌거나 내 잘못일 것이다. 누군가의 착각과 의심도, 결국은 내 행동과 말로 비롯하였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스스로도 한참을 고민했다. 문자메세지함을 바닥부터 타고 올라와 모두 읽었고, 네이트온 쪽지와 대화함의 내용을 모두 다시 한번 읽었고, 네게 지나가면서 했던 말 한마디, 들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끄집어내어 생각해봤다. 그러나 그것은 정리되지 않은 내 감정만큼이나 쉽지 않은 주제였고, 결국은 이 모두가 혼란스럽다.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거야-

상황을 정리하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로서가 아니라, 그냥 말을 이어가는 의미로서만 이 말을 하고 싶다. 스스로가 저주스러울 정도의 얄팍한 지식과 능력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혹해보려 생각한 적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식으로 더럽게 세상 안 산다. 사랑에의 감정만은 다른 어떤 것보다는 순수해야 한다고 믿으니까. 그 믿음 때문에 많은 것을 잃더라도, 많이 아파하더라도. 그건 내 소신이고, 또한 그걸 지켜오기 위해 살아온 게 나니까. 그 소신을 지키기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 한 달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을 택했다. 나와 너 모두 그 둘에서 자유로울 때에 한 달간 고민한 내 진심을 말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게 좋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내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고, 나는 그 소중한 시간을 아낌없이 내 정열을 토해 쓰고 싶었다. 그래서 이토록 큰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나서 역시, 결정권은 네게 있었다. 그 어떤 대답이든 난 받아들일 준비를 할 작정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역시 그렇다. 나는 누구만큼 그리 냉정한 인간이 못 되서 거절의 의사를 들었다고 해서 연락 끊어버리는 짓 안한다. 그냥 좋은 기억의, 내게 행복했던 ‘내 시간’을 만들어준 사람으로, 아니 그냥 그 모두 다 필요없다 치더라도 지금 그냥 이대로의 그런 관계라도. 나는 좋았을 것이다. 내 진심어린 고민에는 애초부터 내게 결정권 따위 지워준 적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앞서 아직은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이 이외에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널 미치도록 사랑해- 라고? 내 감정은 별 거 아니야, 네 바람대로 그건 착각일 뿐야- 라고? 그 둘이 모두 현재 내 감정 그대로의 사실이 아님을 말하기에 앞서, 나는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에 혐오감을 느낀다. 나는 적어도 내 감정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무결할만큼 순수하고, 진지했으며, 또한 무엇보다 신중했으니까. 그건 그런 나 스스로에게 미안하다. 내가 세상을 사랑하는만큼 나를 사랑하는 나는, 오랜만에 찾아온 내 소중한 시간이 이토록 허무하게 내팽겨쳐지는 걸 원치 않는다.

순수한 사랑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 완벽히 순수한 사람 역시 없다고 믿는다. 그래, 나도 내 의도가 일백퍼센트 순수한 것이었다고는 생각치 않아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정도로 쉽게 정의되고 변질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이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내 의도가 불순한 것이었고, 그 모두가 다 거짓된 꾸밈이었다면 나는 이렇게 아파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즉시 모든 걸 정리했을거야- 라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내 스스로를 변호한다.

우습고 초라한 일이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어도 변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칠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나는 그렇게 했다. 스스로가 초라하고 한심해도 그렇게 했다. 단지 한마디의 따뜻함만을 바라고 그렇게 했다. 토닥여달라고 아쉬움 섞인 한마디를 하며. 내가? 왜? 이런 의문이 없었던 건 솔직히 아니지만. 내 진심이 그렇게 말하니 나는 그냥 들어줄 뿐이다.

종교는 없지만, 기도하고 싶다.
어쨌거나 내 진심이 비웃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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