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ng

연습용/합주용 기타로 사용하려고 지난 추석 준영이 기타를 빌렸다. 오래도록 집에 묵혀두다, 오늘 합주에서 새 줄로 갈고 처음 써보게 됐다. 그런데 이거 오래 안 써서 그런지 튜닝에 좀 문제가 있었다. 브릿지도 손 봐야 할 거 같고, 뒷쪽에 스프링 문제도 있고, 피치도 좀 맞춰야 할 것 같고. 뭐, 그렇다.

이런저런 문제들로 어쨌든 그 기타로 합주를 하게 되었고, 촉박한 합주시간에 쌩쑈를 벌였다. 정음도 반음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듣고만 있어도 신경이 거슬리는 합주음을 만들어내며, 합주시간을 채워버렸다. 우리 팀은 합주는 별로여도 분위기만은 항상 좋았는데, 합주가 끝난 뒤 나 그냥 원큐에 저 밑바닥까지 침울해져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합주곡을 듣다가, 부르다가. 도저히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루시드폴을 들었다. 차로 가득찬, 비오는 도로. 말없이 지쳐대는 헤드라이트의 불빛. 나의 하류를 지나 한없이. 더이상 밑으로 내려갈 곳이 없을만큼 내려 갔을 때쯤. 비가 그치고 길이 뚫렸다.

해의 고향은 서쪽바다, 노랗게 곪아 흐르는 시간.

나의 하류를 지나 다다른 곳에. 예전과는 다른 내가 있었다. 눈물도 나지 않았고 첫사랑 그녀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그저 그렇게 공허한. 나 자신.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기 싫은. 공허한 수동태의 그저 나 자신.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들이 비어 있었다. 평생토록 안고 가야 할 것만 같았던 그 수많은 것들이. 돌아보니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런 애달프고 아린 마음들이, 단어들이, 감정들이. 그 모두가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리고 그 자리가 한숨 섞인 담배연기와 견디기 힘들 만큼의 외로움들로 채워져 버린 걸까.


정음도 반음도 아닌 귀에 거슬리는 음으로,
너와 나는 오래도록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 때 쯤이면 그만 둬야 하는데,
나 너무 많이 와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그만 두게 해 달라고 울부짖다가, 제발 바라봐 달라고 애를 쓰다가,

나-
그냥 이렇게 담배만 피워댄다.
이런 내가 한없이 작다.

한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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