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인간을 어떤 ‘형질’ 로 분류한다는 건 참 위험한 일이다. 혈액형, 별자리 같이 전혀 일말의 과학적 근거 없이 이루어지는 ‘대체로 일본식 분류’는 특히 더 그렇다. 그냥 그럴 것 같다- 란 생각으로 이야기를 풀다 보면 대개의 사람들은 그런 말에 그럴 듯함을 느끼고 공감을 하게 되는 법이니까. 내 혈액형은 A형인데 ‘소심한 편이지만 때로 적극적인 모습이 잠재되어 있다’ 라는 말은 사실 누구한테 써도 맞지 않나. O형을 읽어보면 ‘매사 적극적이지만 특정 부분에 관해서는 소심한 면도 보인다’ 는 말은 나한테도 맞거든? 사실 이것 역시 누구한테나 써도 맞다.

뭐 그런 일본식 분류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 책(사이쇼 히로시 저)도 별반 다른 책이 아니다. 대체로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시간 관리에 철저한 사람들이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들이 평균적인 출근시간보다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갖게 된 것이 특별히 대단한 ‘아침의 매력’ 때문이라고 보지는 않으니까. 특히 잠에 대해서 (렘 수면과 논렘 수면을 설명하며) 그 주기는 약 2시간이므로 짝수시간으로 자라느니 하는 말은 좀 허무맹랑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관련 글을 읽어보면 그 주기는 약 2시간이 아닐 뿐더러 그 날 컨디션과 사람들의 특성마다 매우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 주기가 20분씩 어긋난다고 치면 이미 짝수 공식은 성립할 수가 없게 된다. 뭐, 그래서 SleepTracker 같은 제품들이 나와 팔리고 있는거니까. 음, 근데 이거 너무 비싸다. 우리나라에 공식 수입원도 없고. 관세에 배송비까지 하면 대략 20만원쯤 드는 것 같네.

아무튼 그렇다고 해도 내가 이 책을 종종 아무 이유 없이 앉아 읽게 되는 건 이 책이 ‘간단한 성공 참고서’ 형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식 형질 분류의 차원을 넘어서 이 책은 그냥 그 자체로 성공 사례기의 모음이다. 그리고 그 성공 사례에 대한 근거로 대는 것은 오로지 ‘아침을 얻는 것’ 뿐이니. 늘 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는 내게, 또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처음으로 제대로 읽은건 군대에 있을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긴 것이, 그 때는 이미 10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습관처럼 굳어 있었던 때라는 것. 격일(때로 5일씩 연속으로 설 때도 있었지만) 간격으로 서는 야간근무(취사병 할 땐 기상조) 라는 게 있긴 했지만 어쨌든 대체로 일정한 시간대에 자고 일정한 시간대에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내가 아침형 인간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아침형 인간이 단지 기상시간만에 국한 된 정의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는 하루, 그 추가된 잉여시간이 그 당시의 내게는 추가된 노동시간일 뿐 여유시간이 될 수 없었던 것. 일어나자마자 침구류 정리하고 행정반 청소에 총기 입출관리까지, 새벽 근무 한번 섰다 하면 비몽사몽간 제 정신이 아닌 채로도 그 모든 일들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정신 차려 보면 어느새 아침을 먹고 행정반 책상에 앉아있다. 그러면 또다시 치이는 일들. 결국, 여유의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출근’ 혹은 ‘등교’의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이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부분 아닌가. 결국 여유의 문제다. 죄다 오후 수업임에도 수업 시작 1시간 전에야 급하게 씻고 옷 입고 고속도로에서 120씩 밟고 다녔던 올 복학 첫학기는, 그런 면에서 볼 때 참 한심했다. 오늘이 시험이 두갠데 주말에 내내 놀다가 월요일 되서야 발등에 불 떨어진 듯 공부한 것 역시도.

아침형 인간 실행 2일차.
쉽게 잠이 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아예 9시반쯤 씻고 10시에 잠자리에 들어버린다. 그럼 늦어도 11시 전엔 잠 든다. 기상 시간은 4시반. 평소 내가 잠 드는 시간이 2-3시였음을 생각하면 거의 ‘평소 자는 시간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거다.

이틀간 아침 날씨가 궂어 산책은 못 나갔다. 책에도 있지만 괜한 목표를 두고 하는 것은 의식적인 속박이 될 것 같아 그만뒀다.  어슴프레한 새벽의 창문을 여는 것. 아침의 그 묘한 공기를 호흡하는 것. 모닝 담배의 어질한 맛. (요게 참 매력 ㅋ) 야밤형 인간들이 지난 밤 두드려 준 댓글들을 확인하는 것. 그리고 그런 뻘짓들을 모두 하고 블로그에 이런 뻘글을 두드려도 아직 6시가 안 됐음을 확인하는 것. (결정적으로 요게 가장 큰 매력)
이것들만으로도 실행한 보람이 느껴진다.

문제는,
술,
인데.

누구 나랑 같이 저녁 11시까지 술먹고 다음날 4시반에 일어나서 또 먹을 사람? ㅋㅋ

17 thoughts on “아침형 인간

  1. 민상k

    아침형 인간 3일차

    11시에 잠들고 4시 45분에 알람 없이 눈이 떠지다.
    그런데 잠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누웠다가 7시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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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민상k

    아침형 인간 4일차

    저녁 9시부터 졸려 죽는줄 알았네.
    미루고 미뤘던 자바 과제를 끝내느라 잠자리에 든 시간은 12시.
    아침형 인간 4일째만에 12시에 걍 쓰러져 잠들었다.

    아침은 5시에 기상, 했다가 다시 잤다가 7시반에 기상.
    왠지 피곤이 쌓인 듯한 느낌이 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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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상k

    아침형 인간 실천 5일차
    10시에 샤워하고 밀린 무한도전 잠깐 보다가 잠 듦. 새벽 4시반 기상, 잠깐 뒤척대다 4시 40분쯤 정신차림. 현재시각 5시. 느긋하게 블로깅 좀 하다가 5시반쯤 씻고 산책이나 나가볼까 함. 다만 장마기간에 아침형 인간 되기는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꽃피는 듯 -.-

    어쨌거나 점점 알람보다는 내 생체시계의 작동으로 깨고 있다. 다만 피곤은 점점 쌓여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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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민상k

    아침형 인간 실천 6일째,
    시험 끝나고 집에 도착해서 바로 저녁식사, 바로 샤워, 바로 취침했음. 운전하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해 집에 도착해 샤워할 때는 정도가 좀 심했음. 아침형 인간의 부작용인가; 렌즈 빼고 바로 잠든 시각이 11시. 알람없이 5시 20분 기상.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은데 피로는 계속 쌓인다.

    – 6월 21일 오전 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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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민상k

    아침형 인간 실천 7일째,
    여야 하는데 사촌누나와 매형 만나 새벽까지 노느라 실패; 3시에 자서 10시 기상. 어쨌거나 공공의적1-1강철중은 강추 -_-
    - 6월 22일 오전 10시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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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민상k

    아침형 인간 실천 8일째.
    11시에 잠들어 4시반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어 7시 기상. 피곤이 쌓이는게 점점 두려워진다.
    – 6월 23일 오전 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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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민상k

    가드를 올려요~ 복학 첫 학기가 끝났다는 기쁨에 충박네서 놀았음. 아침형 인간 실천 때문인지는 몰라도 술은 얼마 안 들어갔는데 일찍부터 졸렸다. 두시쯤 자서 9시 기상
    – 6월 24일 오후 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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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민상k

    아침형 인간 실천 10일째.
    낮잠을 자서인지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해 11시반에야 겨우 잠들었다. 4시반쯤에 눈 떴다가 5시반 알람 기다리느라 뒤척였고 알람 듣고는 다시 뒤척임. 6시반 기상. 점점 기상시간이 불규칙해지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 6월 25일 오전 7시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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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민상k

    11일차는 빼먹었음; 어제는 핸드폰 알람 대신 아이팟터치로 알람을 해보려고 쌩쑈를 하다가 결국 포기. 5만원짜리 mp3플레이어에도 있는 기능이 터치에 없다니 이건 좀 너무한듯. 아무튼 그러느라 1시에 자서 7시반 기상. 어쨌거나 늘 8시 전엔 일어난다는 사실에 위안을 -_-
    – 6월 27일 오전 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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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민상k

    아침형 인간 실천 12일째.
    이제부턴 확인도장을 못받는구나; 터치를 포기하고 어젯밤엔 터치 대신 데스크탑을 alarmer 로 활용하느라 쌩쑈-_- 어쨌거나 성공은 했으나 아침에 음악 소리 들으며 푸근하게 잘 잤다-_- 1시 취침, 7시 기상.
    – 6월 27일 오전 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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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민상k

    13일차를 빼먹었네-_-d 12시 취침, 7시 기상. 핸드폰을 차에 두고 와서 알람 없이 시도해봤는데 취침시간도 평소보다 늦고 해서 아침에 좀 빈둥된 감이 있음.

    – 6월 29일 오전 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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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민상k

    [14일차]
    비를 참 좋아하지만, 비오는 날만 되면 게을러진다. 일 안 하는 방학 중엔 주체 안 될 만큼 뒹굴게 하기도 한다.(예외가 있다면 군 복무 중일 때, 그것도 병장부턴 예외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아침형 인간 실천 14일차를 맞이해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음. Christopher Peacock 의 Oceans 를 들으며 깼다. 비 오는 날 듣는 Oceans 는 참 묘한 맛이 있다. 11시 취침, 5시 기상.

    – 6월 29일 오전 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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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민상k

    7days.metaschool.org 와 같이 쓰고 있다; 이거 옮기는 것도 일. 빨리 위젯을 하나 만들어야지 이거 -_-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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