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April 2010

IMG_0291.JPG

기계식 키보드 입문, 체리 ML4100

0.

시험기간은 참 묘하다.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이 폭주하고, 그리고 그 관심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재생산 될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무한 확장 된다. 괜히 저 먼 고등학교 시절부터 NEMS(Near-Exam Mental Disorder Syndrome; 근시험정신착란증후군) 란 말이 있었던 게 아니다. (사실 NEMS 는 내가 만든 조어임ㅠ)

이번 시험기간 나는 두가지에 꽂혔다.
하나는 다큐 시대정신(The Zeitgeist), 또 하나는 기계식 키보드.
시대정신은 일단 제껴두고, (사실 글은 얘 먼저 썼는데 분량이 많고 생각 정리도 쉽지 않아서 일단 패스-)
기계식 키보드부터 적어본다.


1.

컴퓨터에 돈 들인게 참 적잖다.
최근엔 데스크탑용 2G 램 두개도 질러서 현재 데탑의 램은 6기가. 얘 때문에 64비트 윈7 까느라 쌩쑈도 벌이고 뭐 그랬다. 그 좀 전에는 보급형 최고사양의 공유기도 질렀었고. 하드 총 사용량은 2.5테라. 노트북 하드는 SSD 80기가를 쓴다. 모니터는 24인치 듀얼. 마우스는 무려 13만원 주고 지른 MX Revolution. 우와 적다보니 참 많이도 샀네. 아무튼 이런 내가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왔던 것은 좀 이상한 일임에 분명하다.

나는 어쨌든 CS 를 전공하는 공대생이다.
이러한 이유로 위에 지른 컴퓨터 관련 물건들의 뽐뿌질을 견뎌내지 못했고, 또, 적당히 합리화했다. 어쨌거나 나는 이리 메치나 저리 메치나 컴퓨터를 두드려서 먹고 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대단히 전형적인 표현으로서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키보드’를 두드려서 먹고 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본체를 두드리거나, 모니터를 두드리진 않으니까 말이다 ㅋ

그런 연유로,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뽐뿌질을 견디기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게다가 시험기간이었다고! ㅋ)


2.

어쨌든 질렀다.
키보드매니아(http;//kbdmania.net) 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어 최초의 뽐뿌질을 시작했고. 온갖 고민과 마음 속의 내적 암투를 벌였다. 참, 이 쪽 동네도 어지간히 매니악해서. 일단 뭐 하나 ‘rational cool’ 하게 사려면 알아야 할 것도 고려해야 할 것도 참 많다. 체리니 알프스니 필코니 하는 메이커는 기본이고, 클릭(청축)이니 넌클릭(갈축)이니 리니어(흑축/백축) 이니 하는 스위치 이름도 알아야 하고, 스탠다드(다 있는거)니 컴팩트니(다 있는데 사이즈 줄여놓은거) 텐키리스니(오른쪽 키패드 라인 몽땅 없앤거) 윈키리스니(윈도키가 없는거) UK배열이니(한영키/한자키 없는거) 이런 키배열 사이즈도 알아야 한다.

어쨌거나 그런 고민 끝에 지른 녀석이 바로 요거-

사용자 삽입 이미지

Cherry ML4100 (G84-4100PPAUS)


ML4100 되시겠다.

내가 그동안 펜타그래프를 쓰고 있었다는 점(얘가 키캡 높이가 낮다), 기존 노트북과 키배열이 거의 비슷해 적응이 빠르다는 점, 중고가가 싸다는 점 등이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아 후보에 올랐으나. 결정적으로는 중고 매물이 아주 정확한 때 올라왔기 때문이었다ㅋ 새 제품을 구하기 힘든 옛 모델이고, 요 녀석은 상태가 썩 좋은 녀석이 아니라 배송료 포함 3.3 점에 업어왔다.


뭐 자세한 내용은 키보드 매니아 리뷰 게시판에 올렸으니 이를 인용하겠음.
체리 미니키보드 ML4100(윈키리스/직선줄) 사용기


3.

그래도 요악하자면,
이 녀석 때문에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에 완전 푹 빠져버렸다.
그동안 내가 참 재미없는 키보드질을 하고 있었구나 제대로 느껴버린거다. 뭔가 말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직접 쳐봐야(그것도 사실 한두시간 정도는 제대로 쳐봐야) 느낄 수 있는 묘한 느낌인데. 괜히 저 사이트의 매니아들이 가산 탕진해가며 키보드를 모으는 게 아니란 것을 분명히 느끼게 된 것이다.

다음 목표는 ‘체리 컴팩트 넌클릭’과 ‘필코 마제스터치 텐키리스 넌클릭’ 인데,
요 녀석들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녀석과는 가격차가 꽤 있어서 (중고가 10~13만원대) 이 녀석들을 업어오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그거 알면서도 자꾸 키보드 매니아 중고장터를 들락날락 거리고 있는 것은 문제; 통장잔고 10만원도 간당한 인간이 여길 자꾸 왜 들어가는 건지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지ㅠ


4.

지금 사려고 벼르고 있는 것들이 적잖이 많다.
공유서버용 컴퓨터도 하나 장만할 계획이고(대략 10만원이면 듀얼코어로 하나 나올 것 같다 ㅋ), 요즘 거의 유일하게 하고 있는 게임인 NBA2K10 을 위해 게임패드도 하나 지르고 싶고. 외장하드 케이스도 하나 질러야 되고. 정원이 줄 아이팟터치 케이스도 하나 구비해놔야 하고. 스킨/로션도 다 떨어졌고. 봄옷도 좀 사야하고. 뭐 그렇다.

근데 요즘 물가가 오른 건가, 내 씀씀이가 헤픈 걸까.
요즘엔 술도 거의 안 마시고, 수업도 전부 오전반이라(ㅋ) 주로 집에서 밥 먹고. 그런데 너무 가난하다. 연애는 가진 자의 특권인거임? ㅋㅋ(근데 사실 데이트비용도 되게 얼마 안 쓰는데;)

그래도 조만간 저번 달에 진현형한테 일해준 페이 받고나면 쪼오끔 숨통 트일테니. 아껴써야지.
아니, 아껴 질러야지ㅠ
공유 프로그램아 돌아라~

postscript1: 알파일 하나만 공유 돌려서 하드도 사고 향수도 사고 위에 쓴 메모리도 사고 해서 대략 30만원어치를 질렀는데 지금은 공유 프로그램 네개를 한꺼번에 돌리고 있다. 대강 계산해보니 한달에 한 25만원은 떨어지는 구조. 근데 네개 돌리니 게임은 켤 엄두를 못내겠다ㅠ 서버용 컴퓨터가 절실함ㅠ

postscript2: 평소엔 거의 안하던 블로그 포스팅이 올라오는 이유는 본 포스트에 드러난 두가지 이유에 근거한다. 하나는 ML4100 의 구입으로 너무도 키보드를 치고 싶어진다는 거, 나머지 하나는- NEMS ㅠ 공부하기 싫어…으..

2018년 여름, 한강대교

2018년 여름, 한강대교.


한 남자가 한 소녀를 안고 서 있다.


소녀의 눈은 울다 지쳐 새빨갛게 부어있다.


남자의 한 손엔 우산,


우산의 첨단부에는 불쑥 튀어나온 꼭지 대신 커다란 유리잔이 놓여있고,


그 안에는 짙은 갈색 빛의 황산이 찰랑댄다.


남자와 소녀의 앞으로 한 무리의 경찰차들이 포위진을 형성하고 있다.


군데 군데 소총을 겨누고 있는 이들도 보인다.


그들이 입고 있는 검은색 방탄복, 뒤에는 S.W.A.T 네 글자가 선명하다.


조금 뒤, 통제된 지역 바깥에서는 각 방송사의 중계차들이 즐비해있다.


기자들은 한 컷이라도 더 담으려 바쁘게 뛰어다니고,


카메라맨들은 카메라 텔레스코프의 성능을 안타까워하기에 바쁘다.



소녀는 대통령의 하나 뿐인 손녀딸.


평소처럼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언제나처럼 기다리고 있던 청와대 경호실 소속의 검은색 세단,


그러나 그 안에서 소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늘 보던 경호실 ‘아저씨’가 아니었다.


“아저씬 누구세요?”


“너희 할아버지를 증오한다는 것만 빼면 지극히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


그 말이 소녀가 남자로부터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이는 한강대교 한가운데였다.

“원하는 것이 뭔가?”



비공식적이지만 국내 유일의 ‘네고시에이터’, 서울시 경찰청 강력반  김 경장이 확성기에 대고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는 누가 듣기에도 선명한 짜증과 자리보전에 대한 위기의식이 가득했다.



“원하는 것?”



남자는 나직이 말했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그곳에는 숨막힐 듯한 정적이 가득했다.


김 경장은 말을 아끼고 남자의 말을 들었다.


이럴 때일 수록 많은 말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을 최대한 끌어 저놈의 목적을 알아내고, 협상을 하든 사살을 하든 준비할 수 있을테니.



“굳이 내가 원하는 것을 듣고 싶다면 말해주지. 내 딸을 살려놔라. 다시… 내게 미소짓게… 웃을 수 있게..!”



김 경장은 사상 초유의 이 어처구니 없는 인질극에서, 그 어떤 말도 들을 각오가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죽은 자를 살려내라는 인질극이라니.


김 경장은 다시 확성기에 대고 소리쳤다.



“지금 당신은 죽은 당신의 딸을 살려내라고 이런 일을 벌였단 건가?”



남자는 분노에 가득찬 얼굴로 외쳤다.



“그렇다. 고작 감기에 걸려 죽은 내 딸 민지! 15만원이 없어서 감기를 달고 살았고, 수술비 3천만원이 없어 폐렴 수슬을 못해 죽은 내 딸 민지! 뭘 원하냐고? 당신들은 내게 뭘 원하나? 응? 죽어가는 딸을 돈이 없어 퇴원 시킨 아비가 뭘 하길 원하나!”



그의 절규에 찬 목소리는 대한민국 전역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카메라를 지나 위성 중계차를 거쳐 방송사를 들른 그의 목소리는 미처 거를 새도 없이 빠져나가 전국에 생방송 되었다.


이를 지켜본 6천만 국민들의 심장이 동시에 움찔거렸다.


그랬다. 무관심 속에 통과된 의료 민영화 법안. 그리고 7년.


모든게 바뀌었다. 만원 짜리 한 장이면 진료에 주사에 약까지 받고 치료되던 감기 치료에 15만원 이상의 돈이 들었다.


까딱 수술 한번이면 집안의 뿌리가 흔들렸다.


그러나 비대해진 공권력, 차례차례 접수당해 이제 정권 홍보물이나 다름 없는 언론.


통제당한 인터넷 자유.


이미 도망치려고 마음 먹은 순간에는 그 어디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출구를 찾지 못한 쥐는, 벽을 들이 받는 수 밖에 없다.



그 순간, 그의 모습을 생중계하던 방송사의 화면이 모두 바뀌었다.


속보 때문에 중단 되었던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시 재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TV 에 나오는 코미디언들은 웃고 떠들기 바빴지만 국민들 어느 누구도 웃지 않았다.

“진정 방법이 없겠나?”



집에서 여유롭게 가족들과 식사 중이었던 경찰청장은 인질극 보고를 듣고 급하게 달려와 외쳤다.



“아직 없습니다. 우산 위에 달린 잔에 가득차 있는 것은 황산으로 추측됩니다. 황급히 접근하려 했다가 그가 우산을 기울이는 순간 모든게 끝입니다. 방송이 통제되고 있다면 이 거리에서 사살 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만약 사살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우산의 기울임을 막지 못한다면 민지 양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민지?”



“각하의 손녀따님 말입니다.”



“저 아이 이름이 민지인가?”



“네, 그렇습니다. 범인은 생각보다 영리합니다. 사람들이 TV를 많이 시청하는 시간대를 노렸고, 한강 다리 중앙에서라면 그 어느 위치에서도 범인 모르게 저격할만한 사각이 나오지 않습니다.”



“황산이 담겨 있는 잔을 저격하는 것은 어떤가?”



“그것도 무리입니다. 저 남자는 우산을 들고 있고 민지 양은 결박되어 있습니다. 잔에서 흘러 나온 황산은 우산의 모양을 따라 반구형으로 흘러내리며 우산을 태우고 그 자리에 골고루 퍼질 겁니다. 이 경우, 우산 아래에 있는 사람은 거의 죽는다고 봐야 합니다.”

김 경장은 거의 미치기 직전이었다.


도저히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다. 그를 제지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음은 물론,


그가 다른 국민들로부터 심정적 동의를 받을 것이란 사실까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섣불리 그를 자극하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김 경장의 지시로, 바리케이트 너머의 방송사가 철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지금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인질이 된 소녀와 이야기 중인 모양이었다.



“아저씨….”



“네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 안다.”



“이렇게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요? 민지가 할아버지한테 잘 말 해볼게요. 네?”



“이게 아무 소용 없는 짓인 것, 역시 안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말해봐야 그 인간들이 변하지 않을 거란 것도 안다.”



“아저씨 죽은 딸도 아저씨가 죽기를 원하지는 않을 거잖아요!”



“죽은 내 딸이 나의 이런 행동을 찬성하지 않을 거란 것도 안다. 하지만 이런 나를 용서해 줄 거다. 내 딸…. 민지는….”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한 손에 안고 있던, 그의 딸이 아닌 민지를 내려주었다.


남은 한 손에 들고 있던 황산이 찰랑 거리는 우산은 신경쓰지 않는 투였다.


다행히 황산은 한방울도 넘치지 않았다.


소녀는 이 거칠게 생긴 아저씨가 생긴 것만큼 나쁜 아저씨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만 예쁘게 잘하면 아저씨도 소녀 자신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저씨…”



“가라. “



남자는 소녀의 말을 끊고 소녀로부터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아저씨, 내가 할아버지한테….”

따다당!


그 순간 고막이 터져 나갈 것 같은 총성이 한꺼번에 울렸다.


첫번째 총알은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연이어 두번째 총알이 짙은 갈색의 액체가 찰랑 거리던 커다란 유리잔을 관통했다.


유리잔은 노란 액체와 유리 파편을 사방으로 비산하며 소녀의 얼굴에 생채기를 남겼다.


그 후로 수십발, 남자는 온몸이 걸레가 될 정도로 총탄을 맞고 서 있었다.


유리잔 속의 액체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우산 속으로 타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우산의 둥그런 표면을 따라 조용히 흐를 뿐이었다.

“아, 아….”



소녀는 귓 속을 가득 채운 이명에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저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산 아래의 남자를 하염없이 바라 보았다.


그 미소는 아빠의 미소, 엄마의 미소, 할아버지의 미소와 닮아 있었다.



.


.


.



“아빠, 민지는 그림 잘 그리니까 12색 물감으로도 충분해.”



“그러엄. 물론 알지, 알아. 그래도 아빠가 돈 더 마않이 벌어서 우리 민지 24색 물감 꼭 사줄께. 알았지?”



“응응, 아빠.”



.


.


.



FIN.

postscript : 제 10년 넘은 불알친구들은, 상상의 나래에서 허우적대는 일을 흔히 ‘소설 쓰고 자빠졌네’ 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정말 소설 쓰고 앉아있군요 ㅋㅋㅋㅋ


postsciprt2: 실화, 는 물론! 아니죠. 또한, 실화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ps3: 6월 2일 투표는 꼭 합시다;


이번 학기 ‘창의력 개발’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매주 게시판에 그 주 주제에 맞는 글을 올려야 하는 과목. 이번주 주제는 7 주; 맑은 날, 어떤 남자가 여자아이와 우산을 쓰고 한강대교중간에서 계속 서있다. 그 가능한 이유 1개는? 였음. 이것저것 별별 생각을 다 하다보니 진짜 소설 쓰고 자빠졌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