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November 2009

it`s not over, till it`s over

0.

물리학실험2. 03년 2학기에 F. 교필이라 안 들을 수 없어 09학번과 같이 듣는 1학년 과목. 오늘은 절대 늦지도 빠지지도 않으려고 일찍 집을 나섰다. 나가려는데 지갑이 없다. 마지막 외출은 어젯밤 수영. 수영장에 두고 온건가. 생각해보니 수영 끝나고 오는 길, 너무 배가 고파 해장국 한 그릇 때렸으니 수영장은 아니다. 해장국집인가. 멀쩡히 계산은 했으니 거기도 아니다. 그럼, 차인가. 아무래도 차겠구나. 차에 도착해 뒤져보니 지갑이 없다. 제길, 집에 어디다 쳐박아 둔 걸 못 찾은 거다. 다시 올라온다. 또 찾는다. 또 없다. 젠장. 어제 커브하면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그게 그거였나. 다시 내려간다. 또 찾는다. 이번엔 차 바닥까지 뒤진다. 시트 제껴보니 내 차 정말 더럽다. 일단 수업이 바쁘니 이따 오는 길에 내부 청소나 해야지. 바닥까지 뒤져도 없다. 이거 뭔가 제대로 꼬인 기분이 든다. 또 올라온다. 또 찾는다. 또 없다. 이러는 동안 시간은 흘러 이미 수업은 지각이다. 지갑없이 학교 나갈 생각을 하니 어제 간당간당했던 휘발유 게이지가 떠오른다. 학교까진 죽어도 못 가는 양. 세상이 뭔가 불공평하게 도는 듯한 느낌, 어지럽다. 침대에 몸을 던졌다. 5분쯤 누워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한다. 답 없다. 벌떡 일어나 챙겨입었던 옷을 집어던지듯 벗어버리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었다. 욕 밖에 나올 게 없다. 다시 게임이나 해야지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헤드폰을 집어 드는데.

이런. 제길. 젠장. 망할.
거기 있었다. 안 보일 정도로 가려진 것도 아니고 그냥 코 앞에. 별 일 없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냥 거기에.

그토록 애타게 찾던 지갑을 손에 들고, 힘없이 웃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바닥에 집어던졌다.
이 생퀴가 날 보고 비웃고 있었다.

이런. 제길. 젠장. 망할.


2.

최근의 나의 페이스를 요약하면, 한마디로, LOSER.
온통 지고 산다. 지난 두 학기 A0 도 억울해했던 나는 어디에도 없고, 그냥 한시간 한시간 수업은 그냥 겨우겨우 버티는거지. 시험 때 조차도 제대로 공부를 안한다. 기타에 미쳐있던 1학년 때도 이 정도로 공부를 안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침형 인간의 계획은 애저녁에 물건너 갔다. 최근 몇 주간 단 10분 전이라도 학교에 일찍 도착해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운전 실력은 늘었다-_- 니가 무슨 타임 리밋 영광의 레이서냐. 그나마 꾸준히 하던 영어 듣기도 한 일주일째 쉬었다. 다시 시작하려면 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사놓은 책들도 모조리 답보 상태. 배틀넷 저그전 승률은 조금 오르는가 싶더니 지독한 연패. 마이로그 프로토타입은 프로젝트 파일을 어디에 저장했는지도 가물가물 할 정도. 당차게 시작했던 SOPT 는 엠티 이후 세미나를 한번도 안 갔다.

처음엔 LOOSE 였는데, 이젠 LOSER 다. 도대체 도무지 빼도 박도 못할 만큼.
루즈- 일 때는 어떻게든 뭔가 새로운 걸 시작 해보려 애를 쓰고, 못 지킬 계획이라도 꾸준히 세워보고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용기가 안 난다.


3.

꾸준한 타성의 힘은 남아있다. 바라는 건 아직 많으니까. 꿈, 열정이란 말을 듣고 가슴 설레지 않는 건 아니니까. 도럄직한 몸매에 눈 맑은 아가씨 보면 설레지 않는 건 아니니까. 담배 뻐끔거리며 키보드 두드릴 때 희열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실마리는 못 찾겠다.

인류는 개체의 영속성을 버리고 종족의 영속성을 선택했다. 날개가 부러진 새는 그냥 그 자리에 누워 죽었다. 다른 새는 날개가 있으니까. 그리고 날개 있는 새는 또 다른 날개 있는 새를 낳을테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야 한다. 이대로 누워 녹아버릴 수는 없다. 나는 개체의 영속성을 믿는 인간이니까. 다시 말해, 나는 나를 과할 정도로 사랑하니까.


4.

우선 내일 마지막 합주, 잘 끝내고 토요일 공연 역시 잘 끝내야지. 보러와 주겠다고 한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힘내야 할 일. 그리고 다음주부터 수업도 따라갈 만큼 따라 가야지. 내가 미칠 만큼 몰입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기말 닥쳐서 개고생 하기 전에 드는 보험, 들어두자. 상은이와 함께하는 마이로그 프로토타입 DB 설계도 꾸준히 해야 하고. 영어도 한 시간은 꼭 들어야지. 다음주부턴 합주도 없으니 수영 하루도 빠지지 말고 다니고. 음..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인생에 WINNER 가 어딨나. 다들 그렇게 자기 삶에 지독하게 지고 또 지며 사는 거지.
아직 2회말도 안 된 게임, 이 팔팔한 청춘에 여자친구 없다고 징징대며 엎드리는 건 내가 생각해도 욕 나올 만큼 추하다.

” It`s not over, till it`s over. “
- Yogi ‘Lawrence’ Ber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