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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후 내 삶의, 변화

이번 학기 복학을 했다.
학기상으로 3학년 1학기지만 이게 내 4차학기.
폭발하는 락스피릿과 함께 거덜난 학점을 채우기 위해 1학기 더 다닐 생각으로 엇복학을 택했다.
자세히 알아보고 계산해보니 이래도 빡빡하긴 마찬가지.

오래전부터 컴공 부전공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왕 이렇게 한 학기 더 다닐거 아예 복수전공을 고려중이다.
아직 복수전공을 신청할만큼 학점이 안되서 못하고 있지만 늦어도 내년 2학기 정도엔 신청이 되지 않으려나.
채울 학점도 많은데 복수전공이 무리수인듯 싶지만, 시시껄렁한 교양선택으로 학점을 얼버무리느니, 컴공 전공 과목으로 학점관리하는게 더 편할 것으로 판단했다.
두 달의 실무로 자신감이 늘었다면 는 거고,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면 또 그런거고.

요즘은 학교와 과외와 일, 밴드까지 아주 눈코뜰 새 없이 지내고 있다.

21학점 빽빽히 채워 듣는 7과목 중 나를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전자기학은 자체 포기. 이건 내년에 정병이 녀석 오면 듣자. 이 새퀸 내가 프로그래밍 과목 들을 때 들어앉혀 가르쳐준게 얼만데 써먹을 때 되니 미국으로 어학연수 가 있고 -.- 그래서 남은 6과목이
문장작법, 물리학, 선형대수, 확률변수론, 논리회로, 자바프로그래밍

물리학은 웹강인데 매주 나오는 숙제가 가관이다. 지난번 숙제도 하룻밤을 꼴딱 샜다. 원래 몰아봐야 정석인 웹강을 꼬박꼬박 챙겨듣는것도 모자라 두세번씩 반복해서 듣는데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고3 때 병렬이하고 하이탑 물리2 풀며 좋아하던 가락이 다시 나오긴해서 재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문제가 너무 어렵다. 화날 정도로.

문장작법은 아직까지 그렇게 괴로울 일은 없는듯. 하지만 조만간 실습 파트에서 글쓰기들이 쏟아지겠지. 이것 외 모든 수업이 책, 필기, 강의 모든 것들이 영어/수식 으로 점철된 것들이라 나름 기대를 하는 중.

선형대수도 숙제의 끝을 보여주고 계심. 교수님 수업은 참 열강이긴 한데, 매주 숙제 따라가는 것도 정신이 혼미. 게다가 어제 다 해놓은 숙제를 두고 가는 바람에 그거 찾으러 집에 택시로 왕복하느라 (택시비 2만5천원, 망할) 1시간을 결석해버렸다.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싶지만. 어떻게든 되려면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과목임은 분명하다.

확률변수론은 교수님이 좀 아름다우심. 공대 여교수의 편견을 확 깨버리시고 차분한 말투와 이지적인 외모로 매시간 나를 흐뭇하게 하는건 사실. 하지만 그렇다고 과목까지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하나로도 삐걱대던 나를 영어+수학 의 암울한 세계로 초대하고 있음. Total Probability 와 Bayes`s Rule 따위를 원서로 읽어가며 이해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게다가 유일하게 목요일 1,2,3 교시 연강이라 아침 5시반에 일어나는 일도 고역. 숙제도 적잖은 분량이 쏟아지고 다음주는 중간고사란다. -.-

논리회로, 굉장히 쉽게 보고 당차게 들었던 원어 수업. 정말 까딱하면 안드로메다라 정신 차리기가 바쁜 과목. 간간이 나오는 숙제도 참 별거 아닌데 원서 해석에 들이는 시간이 막대함.

자바프로그래밍, 그나마 나를 숨쉬게 하는 과목. 컴공 전공선택이라 복수전공 승인될 때까진 교양학점에 불과해 끝까지 넣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정말 넣길 잘했다 싶다. 다른 숙제들은 밀리고 밀려 제출기일 전날까지 버텼던 것도 많은데 자바는 숙제 나오자마자 써클룸에서 노트북으로 40분 걸려 두드리고, 그 다음날 바로 제출해버린다. 수업은 뭐 좀 그저 그렇지만 교수의 틀린 설명 듣고 혼자 웃는 재미도 좀 있고. 일단 마음이 편해 좋다.

과외는 재민이가 고3 이라 5월 중으로 마무리 할 예정.
1,2월에 일한다고 하도 빼먹은 날짜가 많아 (빼먹은건 녀석이었지만 나는 다른 날짜에 채워주질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번달은 페이 없이 하고 있음. 일주일에 두번 고3 수학1 을 푸는게 나름 재미는 있다. 이거 놀 땐 참 어렵다 싶었는데 복학하고 하니 그렇지가 않네.

일은 복학하기 전에 두달간 하던 SealTale Project 를 계속 이어받아 하고 있다. 후임이 들어왔고 나름 잘해주고 있긴 하지만 내가 두달간 두드린 코드가 8000라인이고, 실질적인 개발 라인의 설계는 내가 다 해왔으니 인정상이든 도의상이든 아무리 바빠도 안하고 넘어가기가 좀 그렇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좋다는 것도 한 몫이고. 내가 이 일을 하는게 즐겁다는 것도 역시 또 한 몫. 하지만 마음과 몸이 이미 복학의 무게를 짊어진 상태라 때때로 스스로의 자신감에 브레이킹에 걸리는 일이 참 많다.

플라곤은 신입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래서인지 술자리에서 게인 걸리는 일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복학 후에,
일 끝나면 하려고 준비하던 블로그 리뉴얼은 손도 못댔고.
리뉴얼은 커녕 포스팅도 제대로 하나 못했고.
늘 두시간 이상은 하던 서든을 한판도 못해봤고.
종종 하루를 올인해 하던 엠파이어어스도 때려쳤고.
집에서 곡 따는 것과 따로 하던 개인연습 접은지 오래고.
습관처럼 뒤적거리던 컴퓨터 책도 책장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2주가 멀다하고 부어댔던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복학 첫주 어렵사리 모여 한잔 한거 외엔 못했고.
나름 좋아하게 된 요리도 한달에 한번 겨우 하고.
뭐, 이래.

그렇다고 내가 또 시간을 빡빡하게 채워 잘 살고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늘 고무줄같이 늘였다 줄였다 하며 텐션만 가득한 일상.

내 일상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뻣뻣이 대립하는 것 이제 좀 그만하고,
해야 할 땐 좀 확실히 하자.
그리고나서 하고 싶은 일도 좀 빼먹지 말고 하자.

,라고.
생각은 하는데…;

술 먹으면 사색, 휴지통

거참, 이름한번 잘 지었다.
[ 사색 휴지통 ]

술 먹으면 반드시 분리수거해야 할 녀석들의 목록
윈도 휴지통의 원래 이름(영문명)이 Recycled 이듯, 사색휴지통이지만 그것은 휴지통이 이니다.
언제고 뒤돌아보아 나를 또다른 사색에 잠기게 해 줄 상념들의 목록.

술 먹으면 생각들이 몰려온다.
이해되지 않는 수업, 공부와 일과 과외의 삼중주로 눈코 뜰 새 없는 일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써클, 1g도 진척없는 연애사업, 자꾸 찌는 살, 젠장할 피부, 늘어가는 담배, 늘어가는 외로움, et cetera, et cetera

끝도 없는 고민거리들을 주섬주섬 챙기다보면, 어느새 나는 없다.
그 속엔 모두 내가 있는데, 정작 나는 없다.
내가 뭘 하고 싶은거지? 내가 바라는 그 곳은 어디지?

망할,
이런 날 안아줄 여자친구나 하나 있었으면.

postscript : 써놓고 보니 조낸 궁상맞네, 제길. 술 깨서 보면 얼마나 더 궁상맞을까. 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