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바쁜 하루-
무언가에 꽉 붙들려, 옴짝달싹 할 수 없이 매여진 하루하루가 자그마치 2년이었다. 그 2년을 휴가기간까지도 포함하여 하루도 빠짐없이 꽉꽉 붙들려 살았는데, 그 얽매임이 탁- 하고 풀리고나니, 정말 나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잘도 집구석에서 뛰어다녔네. 전역하고나서 어디 밖에 나간게 열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간 속에 여행도 한번 다녀왔고 만난 사람도 꽤 되지만, 그것도 다 한번 나가면 끝-_-까지 보고 돌아와야 하는 내 습성에 기인한 것이니.
굳이 따지자면, 집구석에 쳐박혀 있던 ‘날’은 참 많았다는 얘기.
오늘은 아침 댓바람-_-부터 자당님의 간곡한 요청을 빙자한 잔소리로 아버지 공장엘 나갔다.
오늘, 내일 새로운 공장으로 이사를 하신다기에 컴퓨터를 해체, 설치하고 거래처에 이사 안내문(새 공장의 약도까지 첨부된) 을 발송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나는. 일단. 두시간쯤 사무실 쇼파에서 잤다. -_- 거 되게 편하더라고. -_-
그리고나서 같이 일하시는 막내 외삼촌을 따라 새 공장을 찾아가며 약도를 스피디하게 그렸는데, 음. 영 이거 쉽지 않네. 본인은 본인 스스로를 길치라 폄하하고 있는 바, 별로 특이하게 생긴 건물도 없는 그게그거의 남동공단 블럭들을 누비며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직행하려는 것을 멈춰세우고, 어찌어찌 그려냈다. 그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던 것도 잠시. 생각해보니 내가 왜 이걸 이렇게 멍청하게 그리고 있는거지? 그렇다! 우리에겐 네이년이 있지 않은가? 당장 아버지 컴퓨터로 네이년을 접속해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을 검색해보니 내가 그린 약도는 정말 물구나무서기 해서 새끼발가락으로 그린 것이었던 것이다. -_- 어쨌든 집으로 돌아와 1900×1200 해상도, 24인치의 넓디넓은 광시야각 와이드 LCD 로 (므하하-_-) 포토샵 작업을 통해 아래와 같은 약도가 탄생-.- (그렇다고 또 시키진 말아줘, 으흐. 지금이 몇시야? -_-)

아무튼 그래저래 하여 자당님께 모든 일은 애프터고홈 으로 쇼부치고 룰루랄라 나오는데, 이거 영 여기까지 와서 다시 이차 저차 으라차 해서 집까지 가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마 그래서 내가 한번 나오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건가봐, 이죽일놈의귀차니즘. 한참을 걸어 103번 좌석버스를 타고 고향의 향수가 느껴지는 동춘동에 내려 다시 추억의 8번 시내버스를 타고. 온갖 추억의 향수에 젖어 학교 도착!

이름도 찬란한 ‘하이데거의 숲’- 을 지나는 옆길.
보통 정문에서 후문 방향으로 향하는 가장 일반적인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문에서 내려 플라곤 동아리방으로 향하는데에는 그다지 일반적이지가 않은 길- (방향이 반대쪽이란 말이다) 이쯤 걸어 올라와 생각해보니 이 길이 아니지 싶었으나, that`s all right, all right- 그리로 가면 나를 위해 디스플레이된-_- 예쁜 여학우들과 2년을 기다려온 인경호가 실망하지 않겠느냐- 꼬고- Go- Straight Up! (아, 근데 왜 아까부터 영어질? -.-)

인하대의 명물-.- 우리 학교 최고 전통의 랜드마크 -_- 인경호다.
이거, 뭐, 물색은 여전히 어민들을 시름에 젖게 만든 그 녹색.
그런데, 거북이 다 어디갔지?

텅빈, 여전히- 라는 단어가 전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여전히 너저분한 그곳. 우리 동아리방이다.
홀로 기타질에 열중하다 이름모를 신입생 둘과 뻘쭘한 조우. 꼴에 예비역이라고 말 한마디 제대로 안 걸었단다.
아, 한마디 했네.
” 혹시 피크 있어요? “
본인의 인하어택 소식을 듣고 달려와준 (아, 고마워-) 연정씨와 카트에 열중이던 정택형을 위시한 우리 PC방 멤버들과 조우하여 PC방에서 피온으로 홀로 소일하다 느즈막히 저녁식사. 는. 그나마 인하대 밥집 중 가장 시골냄새 물씬 나는 시골집. 인데. 사진 찍어놓은게 없네. 다만, 그 앞에서 그들은 이러고 있었다.

현재 그들의 혈중 알콜농도 0.00%
(대체 왜 그러고 있었던거야? -.-)
그들과 헤어지고, 방향이 같은 연정씨와 한참을 연정씨의 학교 숙제 얘기 하며 왔다. 뭔 대화주제가 맨날 그거-.- 집에 도착하자마자도 네이트온으로 또 한참을 교수님 된것처럼 컨설팅-_- 했는데. 음, 이번꺼는 흘겨봐도 자이언트급. 이번 연정씨 숙제는 숙제라기보단 내 자신에게 내는 숙제가 되어버린 셈. 고로, 이것 관련해서는 추후 심도깊은 논의와 숱한 노가다, 에 이어지는 연속기 삽질코딩 후- 따로 포스트를 마련해보겠음.
그리고 굿나잇- 하려던 찰나 불현듯 ‘애프터고홈’의 쇼부가 생각났다. 급히, 서둘러, -_- 저 위에 띄워놓은 약도를 제작. 행정병의 옛기술을 살려 정중함과 간결함이 좔좔 흐르는 안내문을 완성시키기에 이르는데. 문제는 학교에서 구입해온 새 잉크카트리지 (장장 3만 2천원. 요즘 잘나가는 복합기가 6만원인데 -_-) 를 꼽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린터 요 녀석이 도무지 먹통인 것이었다. 또다시 네이년을 정처없이 방황하며 온갖 노력 끝에 결국 해결.

요 녀석의 요 부분을 잘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년에서 관련 글을 보고 한번 조심조심 닦은 뒤 테스트 했는데 여전히 먹통이기에. 요래저래 별별 짓을 다하다 에이 짜증나- 대체 왜 안 되냐고- 버럭- 하며 옆에 뒹굴던 수건으로 빡빡 닦아버렸는데… 이게 웬걸. 된다. -_-
기종 ) HP Deskjet Photo 930C
증상 ) 아무말도 안 들어쳐먹고 잉크이상표시등만 점멸됨
해결방법 ) 카트리지 회로기판부와 프린터 카트리지 홀더의 회로기판 접합부를 조낸-_- 신나게 닦아 준다
주의사항 ) 900 계열은 흑백/컬러 둘다 인식해야 작동하므로, 요주의. 고로, 안될땐 둘다 빡빡 닦는거다.
아무튼, 이로써-
최근 몇일간 지속되던 단순무식의 [ 블로그, 밥, 블로그, 밥, 블로그, 밥, 블로그, 잠 ] 이런 일상과는 비교도 안되게 복잡다난했던 오늘 하루를 마친다. 참고로 내일은 아침 8시에 운전연수를 받으러 갈 예정. 이건 거의 부대에서 야간작업 후 2번초불침번 후 30분 조기기상 수준의 미션인걸. 아, 군대얘기는 이쯤에도 너무 많다.
그래-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지만, 세상 사는게 늘 그렇지만.
Good Day,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