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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쩔 수 없는 태지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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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2일. 그 중 10가지 이야기.



작성자 최송현 작성일 2008.08.16 01:51 스크랩 0 

 episode #1.
대형 서점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표지의 새 책들을 구경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참 즐거운 일이다. 언니들 손을 잡고 교보문고에 구경을 간 열한 살 그날. 나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숨기기 힘들었다. 파란색 표지의 서태지와 아이들 책이 내 눈에 들어왔기때문이다. 그 날도 나의 소심함은 극에 달해 표지만 만지작대면서 이 책을 갖고 싶다는 말을 못하고 있었다. 언니들이 열심히 참고서와 문제집을 고르는 동안 나는 계속 그 파란책이 있는 코너에서 서성였다. 방향감각과 길눈이 어두워 지금도 네비게이션 없인 절대 운전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나는 어린시절부터 낯선 곳을 무서워했다. 그렇지만 그 날만큼은 계산대로 멀어져가는 언니들을 쫓아가지 않은 채 막힌 입을 원망하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은 눈을 꾸먹거리며 그 자리에 정지해있었다. "송현이 뭐 사고 싶은 책 있어?" 큰언니의 그 멘트는 소심소녀의 용기를 백만배로 끌어올렸고 나는 슈렉 고양이 눈을 하고는 그 파란책을 집었다. 대장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이 사람때문에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고. 매일 학교가 끝나면 문방구에 달려가 대장의 스티커를 구경한다고. 밤마다 일기를 쓴다고. 대장에 대해 나쁜 얘기를 장난으로 한 짝꿍과 심하게 싸웠다고. 아직 말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언니는 눈을 크게 뜨며 "와, 책이 나왔네. 나 서태지 너무 좋아!" 라며 금방 그 책을 집어드는 것이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와있었던 심장이 쑤욱 제 자리를 찾아 내려갔다. 그 순간의 그 기쁨을 내 짧은 십여년의 인생 그 무엇과 비교하랴. 집에 돌아와 그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깊은 감동과 교훈이 있었던 그 책. 나는 머리가 허리까지 오는 남자를 사랑할 수 있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episode #2.

93'마지막 축제 콘서트. 드디어 살아움직이는 대장을 내 눈으로 직접보는 첫번째 기회였다. 열두 살 소녀에게 그 의미는 정말로 커다란 것이어서 내 마음은 부풀대로 부풀어 뻥 터져버리기 직전이었다. 내 목숨같은 소중한 언니들은 나만큼이나 대장을 좋아하는 절대적인 동지였다. 세 자매는 떨리는 마음으로 콘서트 장에 갔다. 당시 열두살 소녀는 본인이 이미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닫고 사랑을 알며 감성과 인격이 완성된 어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마음을 산산조각 낸 한 마디를 듣게 된 것이다. "어머, 너 몇 살이니? 이런 꼬마도 오빠들 본다고 콘서트 왔어!" "와, 귀엽다. 진짜. 언니들따라 온거야?" 충격이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난 공연장 앞을 가득 메운 중고등학생 또는 대학생 언니들에게 한 없이 신기한 어린 꼬마였던 것이다.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극심한 슬픔에 사로잡혔다. 이 언니들도 날 이렇게 어린애로 보는데 만약 태지 오빠가 날 본다면 오빠도 날 애 취급하겠지?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는 대장.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던 날 밤 산타 복장을 한 오빠들. 얼마나 내가 오빠들의 1, 2집 노래를 열심히 듣고 외워왔는지 검증 받을 수 있었던 시간. 목이 터지라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울고 용기내어 사랑한다고 외쳐보면서도 그 날 내 머릿 속엔 한 가지 강렬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5살 많은 큰 언니가 부럽다. 늙고 싶다.'

episode #3.

서태지와아이들 3집은 콘서트와 함께 발표되었다. 한 살 더 먹은 늙고 싶은 소녀는 두근거리는 맘으로 공연장 앞에서 3집 테잎을 샀다. 솔직히 말해 난 음악에 대해 좋다 나쁘다 평가할 지식도 마음도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점심 반찬으로 무얼 먹었는지까지도 궁금해지는 마음. 딱 그런 마음뿐이었다. 오랜 시간 활동을 쉬었던 대장이 그토록 매달려 힘들게 만들어낸 노래는 어떤 것일까. 만약 듣기에 어렵고 한 번에 feel이 오지 않는다면 좋아질 때까지 들으면 그만이었다. '천사의 목소리도 이 것보단 맑고 깨끗할 순 없을거야.' 흐뭇해하며 발해를 꿈꾸며를 다 듣고 다음 곡이 흘러나왔을 때 난 내 귀를 의심했다. "나에겐 꿈이 있어요. 모두를 사랑하지요." 분명히!!아이의 목소리였다. 공연장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깊은 질투가 내 맘에서 크게 출렁였다.물론 난 이미 다 컸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어른이지만 육체적으로 난 아이였던 것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에게 느껴지는 그 어마어마한 질투. 분노. 과연 이 한 소절의 노래를 부르는 아이는 어떻게 대장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일까. 그녀는 누구일까. 대장과 만났겠지. 함께 노래를 했겠지. 대장이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었을까. 한 번쯤 손 잡아 주었을지도 몰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져나갔다. 6학년 8반에 나보다 대장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도곡 초등학교 전체에서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대장의 생년월일. 혈액형. 취미. 특기같은 기본적인 지식 말고도 대장이 서태지와아이들 이전 시절에 뭘 했는지도 알고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도 알며 그의 노래에 담긴 뜻과 이상형. 어제 방송에 무슨 색 옷을 입고 나왔는지도 알고 있었단 말이다!  "와, 넌 그런 것도 알아? 정말 넌 서태지에 대해 모르는 게 없구나~" 내 또래 늙고 싶어하는 소녀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 그것이. 내 이름 석자도 모르는 대장에게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프라이드였다. 그렇지만 지금 강적을 만났다. 대장과 함께 노래를 부른 소녀가 있다. 이젠 어떻게 해야하지. 3집 콘서트 내내 난 또 고민에 빠졌다.

episode #4.

공주병보다도 더 심각한 병이라는 왕비병-(한 사람을 왕으로 정해두고 그의 부인이라 최면을 거는 불치의 상사병으로 인한 합병증). 중학교 1학년 시절 왕비병 세 친구는 wife club 이라는 해괴한 모임을 만들었다. 멤버는 REF의 이성욱씨를 좋아하던 친구, 배우 한재석씨를 좋아하던 친구. 그리고 링딩동 왕국의 태지대왕의 부인인 나로 구성되어있었다!(안타까운 기억력으로 친구들 나라의 이름은 기억을 못하겠다.)우리 셋은 교환일기를 돌려썼는데 그 어떤 공상 과학 소설보다도 비현실적인 웃음도 나지 않을 내용들이었다. 당시 컴백홈 발표 후 털모자에 썬글라스를 쓴 대장의 얼굴을 마스코트로한 내 일기에는 말도 안되는 링딩동 왕국의 정세와 현안, 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왕국의 환경, 우리와 전력은 비교도 안되지만 침략을 노리는 수많은 주변국들의 욕심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아! 물론 핵심은 얼마나 폐하가 왕비인 나를 사랑하는지에 맞춰져있었다. 그러나 그런 허무맹랑한 우리들만의 즐거운 장난 속에는 때때로 큰 슬픔이 가득한 페이지도 있었다. 이렇게 위안삼고 있는 내가 너무 슬퍼 크게 울었다는 쓸쓸함도 교환 일기장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들의 무대를 직접 보러가는 기회가 생겼다. 큰 소리를 쳤다. "오늘은 내가 꼭 태지오빠랑 인사하고 내가 누군지 알리고 올게!" wife club 의 왕비병 환자 친구들은 날 매우 격려했고, 그런 기회라도 생긴 나를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비장한 각오로 떠난 나는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정작 그 곳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이 지독한 병의 끝을 만나게 되었다. 무대와 나는 너무 멀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내 소리는 수많은 이 사람들 사이에 묻혀버린다. 다가갈 수가 없다. 얼마 전 생방 중에 무대 위로 뛰어올라 대장 특유의 착하고 순수한 목소리로 "이러시면 안돼요."하는 것을 듣게 만든 팬처럼 오빠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 아니다. 사실은 핑계다. 그럴 용기조차 부족한 것 같다. 다시 한 번 너무도 한없이 보잘것 없는 나를 발견한다. 친구들에게 큰 소리 쳤는데...오늘은 정말 왠지 꼭 한 마디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는데...병증이 심각했던 나의 왕비병 말기 상황은 기적의 안수 기도를 받은 것처럼 깨끗이 정리되었다. wife club은 그 후 해체되었다. 장래희망=태지부인이었던 나는 희망을 잃은 채 그를 신격화한다. 그래. 그는 내가 만나 얘기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아니야.   

episode #5.

매주 월요일. 오빠들의 스케쥴을 체크하는 것으로 한 주가 시작되었다. 당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채송아 언니의 152 녹음 사서함에는 오빠들이 나오는 티비와 라디오 방송에 대한 스케쥴이 3분안에 꾸욱 꾸욱 눌러 가득담겨있었다. 한 번 듣고 다 받아 적기엔 다소 벅찼기때문에 늘 다시 듣기를 해서 적었다. 세 자매가 모두 열혈 대장 팬이었기때문에 셋 중에 시간이 가능한 사람이 그 방송 스케쥴을 녹화 또는 녹음해서 공유하는 것이 우리에겐 강요되지 않은 자발적인 의무였다. 세 명 모두 시간이 되더라도 대장이 나온 방송은 열 번 이상 돌려 보고 들어야했기때문에 기록을 남겨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 날. 친구들과 스케이트장에 놀러가기로 했는데 대장이 나오는 방송이 저녁 무렵 있었다. 아침부터 놀고 저녁 전에 들어와 녹화하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떠났다. 그런데 그 겨울의 그 시간이 내겐 너무 신선했던 것일까. 시계 없이 놀던 나는 힘들어 지칠 때쯤 집에 돌아왔고, 집안에 들어와 TV라는 기계를 보는 순간 그 자리에 경직된 채 굳어버렸다. 대장의 방송은 이미 끝나버린지 한참인 시각이었다. 내가 늦게 온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난...대장의 방송을 녹화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그 즐거움의 시간 속에 잊.어.버.린.것.이었다. 잊었다.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그토록 사랑한다는, 감수성의 200%를 끌어올려 날 울게 만드는 그 사람을 내가 한 켠 뒤로 밀어둔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떨렸다. '어떻게 감히 네가 그럴 수 있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 그리고 인정하기 싫은 상해버린 자존심. 그 후로 몇 날을 괴로웠다. 나중에 대장을 만나게 된다면 오늘의 이 일을 어떻게 용서받아야하는 것일까.

episode #6.

세상에서 가장 속상한 일 중 하나는 내가 깊게 마음을 준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일이다. 그 보다 이 것이 덜 속상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보면 더 많이 속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상대도 날 사랑한다하여 연인이란 이름이 되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내가 더 상대를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일일 것이다. 함께 이기에 더 외롭게 만드는 사람. 나는 그 것이야말로 헤어짐보다 못한 아픈 사랑으로 가장 지양해야할 연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그런 상황이 되어 마음이 울지언정 상대가 나로 하여금 그런 마음을 갖게 하지 말자라는 다짐으로 왠만한 일이라면 늘 상대의 편에서 생각을 같이 하고 맞춰주려는 나였다. 그렇지만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줄 대답이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차마 해줄 수 없어 제발 이 것만은 듣고 싶지 않아 하는 질문이 있었으니. 바로. '서태지가 좋아 내가 좋아' 였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하는 어른들이 너무하다고 생각했었던 어린이 송현은 '둘다 똑같이 좋아요.' 라는 답을 찾고는 매우 스스로를 대견해했었다. 그러나 그 질문을 던진 사람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제 3자였다. 사실 그들에게 나의 대답은 중요치 않았으리라. 아마도 어린이 송현이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고민하거나 그 중 하나를 어렵게 또는 당당하게 대답하는 그 모습 자체에 그저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서태지가 좋아 내가 좋아' 는 달랐다. 우선 질문 속에 등장하는 본인이 질문을 해왔다. 반대쪽 사람이 더 좋다고 하는 날에는 하늘이 무너질지도 모르고 둘다 좋다고 말해도 이것은 전혀 만족할만한 유형의 성격이 아니다. 그러나 '네가 더 좋아.' 라고 대답하기엔 뭔가 양심이 허락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대답하지 못한 채 망설이거나 '사실은 정말 미안하지만 대답하기 힘들어.' 따위의 답변을 통해 며칠간 또는 헤어질 때까지 상대를 대장에 대한 허무한 질투와 열등감에 시달리게 만들면 어쩌지. 그래서 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란 질문에 대한 '둘다 좋아요.' 라는 현답처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 신을 믿는 것처럼 그 분은 내가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대상이고 널 좋아하는 거랑은 아예 방법부터 달라.' 나 스스로는 내 대답에 만족했지만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거짓말임이 뻔히 보이더라도 '네가 훨씬 좋아.' 라는 말을 듣고 싶은 상대에게 화낼 수 없는 묘한 속상함을 남겼던 것 같다. 

episode #7.

참 많은 사람들이 대장을 만난다. 아무리 신비주의의 대장이지만 그도 길을 걸을 때가 있고 사람이 있는 공간을 다닌다. 팬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도 본다. 그들은 참 운이 억수로 좋은 사람들이다. 전생에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한 것일까? 많이도 많이도 부러워했다. 그래. 어린 시절부터 당첨운은 없었다. 유치원 소풍때부터 보물찾기를 내 손으로 찾아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과자를 먹어도 꽝! 다음 기회를 딱지 뿐이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서 소개가 된 적도 없었고 뽑기를 해도 늘 실패였다. 사다리 타기를 해도 늘 내가 고른 번호는 행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은박지를 동전으로 열심히 긁어도 모두가 다 나오는 최하위 단계인 탄산 음료 한 잔 더 정도가 최고의 행운이었다. 그래. 아무리 그런 행운이 제로를 향하더라도 여태까지 그런 사소한 당첨이 안된 운을 다 아껴두었다가 한 방에 터뜨려보자. 바로 대장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내 인생 최고의 대박을! 기약없는 꿈을 꾸며 난 또 그 꿈 속으로 깊게 빠져들었다. 상황은 여러가지 였다. 차를 타고 가다 목이 마른 대장이 편의점에 들렀는데 거기 내가 있는 상상. 방송국에서 몰래 대기실 쪽 잠입에 성공해서 대장을 만나는 상상. 놀이공원에서 캐릭터 탈을 쓰고 있는 대장을 목소리만 듣고 내가 알아내는 상상. 라디오에 대장이 출연했는데 전화연결이 되어 통화를 할 수 있게 되는 상상 등. 어떤 경로의 행운이 가장 가능성이 있을까를 가슴 떨리게 그리던 단계가 지나게 되자 나는 대장을 만난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몰두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대장을 처음 만나는 그 순간 어떤 말을 건네야 할 것인가 였다. 상상은 허무맹랑했지만 그래도 난 대장과 깊은 대화를 오랫동안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은 안했다는 점에서 아예 현실성을 버린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 짧은 시간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어필해야한다. 뭐라고 말하지. 안녕하세요? 너무하다. 대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하겠다. 오빠 너무 좋아해요. 정말 지겨울 거다. 어디 한 둘이냔 말이다. 하루에도 몇 백번은 들어서 차라리 오빠 싫어요.가 더 임팩트 있겠단 생각이 들정도다. 그렇지만 나쁜 이미지로 남긴 싫다. 오빠 팬이에요. 역시 식상하기가 하늘을 찌른다. 아 어쩌지 어쩌지. 그러다가 사실은... 보자마자 그냥 눈물이 왈칵 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목이 메어서, 꿈만 같아서, 순간 머릿 속이 하얗게 텅 비어서...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는 내 눈 앞에 없으리라. 그래서 감히 생각해봤다. 차라리 그렇게 스쳐지나가게는 만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episode #8.

대장의 신곡이 발표되었다. 모아이. 참 좋다. 그래서 기쁘다. 변함없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대장의 목소리. 노래 첫 시작부터 너무나도 맑고 영롱한 느낌을 주는 신비스런 음악. 가끔 부모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가지면 소개하기도 전에 붕어빵같은 외모때문에 어느 부모님께서 친구 누구의 부모님인지 미리 알아내고는 크게 웃을 때가 있다. 이번 신곡도 "나 대장이 만든 대장표 음악이에요." 말하지 않더라도 누가 들어도 알 것같은 대장 특유의 설렘을 가득 안고 있었다. 행복해하며 대장의 신곡들을 내 홈피에 저장했다. 그리고 내 홈피가 갖고 있는 수많은 대장의 노래들 중 6곡을 골라 이번에 발표된 4곡을 합쳐 전체 10곡의 대장리스트가 만들어졌다. 홈피를 켜두고 있는 것이 행복하다. 홈피에 찾아오는 사람들 중 대장의 팬이라는 반가운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기사를 보게 되었다. 제목은 ...최송현..태지대장 컴백 축하! 마음이 참 이상하다. 단순히 신기하다라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다. 오빠가 내 이름 석자 모른다며 울던 초등학생 꼬마였는데 이렇게 세월이 흐른 후 기사 제목에 이름이 대장과 나란히 써있다. 여전히 대장이 내 이름을 아는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내 인생 최고의 영광이 아닌가. 기사를 보고 난 후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섰다. 내 차 가득 대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모아이를 들으며 수많은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16년. 그 사이에 대장은 모르는, 그러나 내겐 늘 중요하고 커다랗게 자리잡은 대장과 관련된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난 정말 행복했다. 바보같이 실실 웃기도 하고 갑자기 눈물이 글썽하기도 하고 풉.하고 어이없지만 그 순수함이 귀여웠다는 생각도 했다. 기름이 바닥이다.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상황들 중 하나인데...'가는 길에 주유해야지.' 라던 시동을 걸 때의 내 생각은 대장에 대한 지난 16년의 행복한 실실대는 웃음때문에 열 개 가까이 되는 주유소를 그냥 지나치게 만들 정도로 뿌옇게 흐려져버렸다. 차가 길거리에 멈춰 서 버린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참 행복하다. 내가 어른이 된 이 시간에도 나의 영웅인 대장이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건재하다는 사실이. 내 첫사랑이 지금도 나를 웃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episode #9.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잘 받지 않는 내게 아침부터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온다. 뭘까.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약속이 돼 있어서 세수를 하고 룰루랄라 외출 준비를 하는데 귀여운 목소리로 프라쏭이 말을 한다. "문자! 문자!" 믿을 수 없는 내용이다. <ETPFEST2008> 기자간담회에 사회를 부탁하고 싶다는 연락이다.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분께서 ETP에 대해 설명하신다. "아, 저 이미 티켓도 다 사놨어요~" 내 대답에 반가워하시던 담당자분이 "...기자 간담회 사회를 맡아주실 수 있으신..." "너무 좋아요...."말씀이 다 끝나기도 전에 꿈 속에 있는 듯 대답했다. 만약 1초라도 늦게 대답하면 나 말고 다른 사람 시킨다고 하실까봐 겁나서 그랬나. 아.정말 이게 꿈이 아니겠지? 모르겠다.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누구에게 제일 먼저 이 소식을 알려야할까. "기사에 대장과 내 이름이 나란히 한 줄에 있어. 정말 기적같은 일이지 않아?" 친한 친구에게 그 얘기를 한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아. 나는 또 다시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문다. 그 옛날 하던 그 고민이 이제 당장 코앞의 현실이다. 대장을 뵙게되면 뭐라고 첫마디를 건네야하는 것이냐. 대장에게 어떤 선물을 드려야할까. 그보다도 과연 내가 대장 앞에서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울어버리거나 굳어버리거나 버벅대거나 그럼 어!쩌!지! 그러나 16년 전을 떠올린다면 너무나도 배부른 이 고민들을 다 제치고...정말 기적이 일어난다. 한 때는 대장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 때도 있었다. 그가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대장은 외계인이고 이제 지구를 떠날 시간이 되어서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렇지만 이제 내 앞에서 말을 하고 움직이는 대장을 보게 된다. 내가...이런 행운을 얻어도 좋은 것일까. 내가 정말 전생에 이렇게나 많이 착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episode #10.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미리 우비를 준비해서 들어왔지만 우비에 달린 모자를 쓰니 사운드가 잘 들리지 않아 그냥 비에 젖기로 마음 먹었다. 어제 대장이 초대한 다른 팀들의 공연을 보러 왔을 때 공연은 제쳐두고 벌써 은색 돗자리를 깔고 입장 줄을 선 사람들을 봤다. 저렇게 밤을 꼬박 지새우고 내일 입장해서 하루 종일 스탠딩 석에서 대장을 기다리겠지. 고맙다. 16년동안 대장이 최고일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들이란 생각이다. 지금 저 무대 가장 가까이 있는 분들이겠지. 그 돗자리에 앉아있을까봐 걱정했다는 분도 계셨지만 난 내 키를 고려해 객석에서 멀티로 대장을 뵙기로 결정했다. 대장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천사처럼. 외계인처럼. 비가 와서 왠지 더 뭉클하다. 머리를 흔들 때마다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눈물처럼 느껴진다. 대장은 우리에게 16년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정말 변하지 않은 것은 대장이다. 그가 달린다. 우리도 달린다. 살수차라도 동원되어서 이 열기를 식히지 않으면 큰 일 났을텐데 비가 많이 와서 오히려 다행인가보다. 열 두곡. 괴성도 용서가 되는 이 시간을 정말 기다렸었다. 참 오랜만이다. 두 옥타브쯤 높여 부르기. 대장이 말을 하면 마치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 것 처럼 소리질러 열심히 대답하기. 비에 흠뻑 젖어 무너진 서로의 얼굴을 보며 친구들과 깔깔 웃었다. 신발 속으로 물이 차오른다. 목도 좀 아픈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지금 행복하다. 아마 같이 살아 숨쉬는 동안은 계속 그럴 것 같다. 

epilogue

몇 년 전. 일본에서 생활할 때, 하라주쿠의 타케시타도리에 눈사람이 커다랗게 달려있는 크레페 가게에 자주 갔다. 그 크레페 가게는 또 다른 크레페 가게와 마주보고 있었는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대장이 눈사람 가게의 크레페를 좋아해서 자주 들렀다고 했다.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내 눈에는 오직 눈사람 크레페 가게만 보였다. 6개월정도 되는 일본에서 보낸 시간 동안 당연히 반대편 크레페 가게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 때의 나는 일본에 와서 대장이 좋아하는 크레페를 사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행복해했었다.  그는 참 고마운 사람이다. 내 인생이란 영화에 그저 잠깐 스쳐지나갈 법한 소품들도 의미있는 중요한 보물로 만들어준다. 그는 대단한 마법사인듯하다. 기자간담회에서 누군가 늙지 않는 비법을 물었을 때 대장은 즐겁게 살면된다고 했다. 그렇게 늙고 싶어했던 꼬마도 이젠 나이 들기 싫은 어른이 되었다. 지금보다 더 많이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장의 삶이 평생 조용할 수 없는, 모험과 도전의 연속이더라도 그가 말한 것처럼 대장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의 이름 석자만으로도 인생에 수많은 보물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진심으로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원본 링크 : 최송현 아나운서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pims/main/bbs_main.asp?urlstr=visi&tid=21779441&seq=72&board_no=72&item_seq=63247026&item_seq_main=63247026&folder_part=&urlstr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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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히 기사를 읽다가 누가 링크를 걸어놔서 읽게 됐다.
사실 이런걸 보면 온몸에 닭살이 돋아 두 줄 이상 못 읽어야 될 것 같은데,
어느새 다 읽어버렸다.

아, 난 역시 어쩔 수 없는 태지빠인가;
(사실 초큼 송현이 누님이 내 이상형 -.-)


첫사랑 외엔,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한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음, 나도 있었구나.

어린시절 두근두근한 동경이 떠올라 묘한 기분의 밤-
비현실의 공상, 때론 꿈을 위해 던지는 작은 돌멩이가 아름다운 반향을 가져오기도 한다.